투표도 안 했는데 당선됐다는 뉴스, 처음 보면 당황스럽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눈을 비볐다. "투표 없이 당선?" 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이 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주변에 물어봐도 "그게 말이 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16일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전국 후보자 513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초단체장 3명, 지방의원 510명이다. 무투표 선거구는 전국 307곳에 달한다.
513명이라는 숫자는 역대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자 수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왜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오늘 제대로 짚어보려 한다.

무투표 당선이 뭔지, 법적으로 먼저 이해하자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은 낯선 개념처럼 들리지만, 사실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합법적인 절차다.
공직선거법 제189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마감 후 후보자가 1명인 경우, 또는 선출 정수보다 후보자 수가 적거나 같은 경우 투표 절차를 생략하고 해당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쉽게 말해 경쟁자가 없으면 굳이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이 발생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독 출마로, 특정 선거구에 후보자가 한 명만 등록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정수 미달로, 비례대표처럼 복수의 후보를 뽑는 선거에서 후보자 수가 선출 정수와 같거나 적은 경우다. 이번 무투표 당선자 중 비례 기초의원 97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투표일인 6월 3일에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은 이 자리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미 당선인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역 대표를 선택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513명은 어디서 나왔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번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513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 집중된 패턴이 보인다.
기초단체장은 3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임병택 경기 시흥시장이다. 광주 남·서구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야당 후보가 지원을 꺼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흥시의 경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경합지로 분류되는 시흥시에서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추가 공모를 세 차례나 연장하며 막판까지 후보를 찾으려 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시흥시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고 함진규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중량감 있는 인물들에게 출마를 권유했으나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임병택 현 시장이 3선에 성공하며 수도권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기초단체장 선거 최초의 무투표 당선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지방의원 510명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여야의 일당 독주 지역이 주를 이룬다. 경북에서만 무투표 당선된 광역의원이 23명인데, 이들은 전원 국민의힘 소속이다. 광주전남에서는 기초단체장 2명을 포함해 총 67명이 무투표 당선됐고, 대구·경북에서는 51개 선거구에서 70명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 서울에서는 은평 2선거구·관악 1선거구 등 광역의원 108명, 종로 나선거구·라선거구 등 기초의원 305명, 성북·도봉을 등 비례 기초의원 97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왜 이렇게 됐나 — 두 가지 구조적 원인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배경에는 두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첫째, 후보자 공급 자체가 줄었다.
이번 6·3 지방선거 전체 후보 등록자는 7,829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8 대 1이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022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기초의원 경쟁률은 1.7 대 1로 가장 낮았다. 지방의원직이 생업을 포기하고 뛰어들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현실, 선거 비용 부담, 지역 정치 생태계의 협소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둘째, 양당 구도의 지역 독점이 심화됐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기 어렵고, 반대로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지역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찾기 어렵다. 승산이 없으면 출마를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결과가 유권자의 선택권 박탈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치개혁 실패가 부른 대참사"라고 평가하며 "선거운동 시작도 전에 수많은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권은 박탈당했고, 주민들의 최소한의 검증 기회조차 뺏겼다"고 비판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에 대해 두 가지 오해가 자주 등장한다.
첫째, "어차피 결과는 뻔했을 텐데 무투표가 뭐가 문제냐"는 시각이다.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는 것과 유권자의 검증 기회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무투표 당선이 되면 해당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할 필요도, 벽보 한 장 붙일 필요도 없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공약을 들을 기회, 토론을 통해 검증할 기회, 그리고 반대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모두 사라진다. 당선이 뻔하더라도 선거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둘째, "단독 출마는 그 사람이 인기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생각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상대 정당이 후보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포기한 경우가 적지 않다. 능력 있는 후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로 경쟁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이게 왜 나한테도 중요한 문제인가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문제가 나와 무관한 정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는 사실 중앙 정치보다 우리 일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초단체장은 내가 사는 구청, 시청, 군청의 수장이다. 우리 동네 도로가 언제 고쳐지는지, 공원이 어디에 생기는지,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기초의원은 그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자리를 유권자의 선택 없이 채우는 것은, 내 일상을 관리하는 사람을 내가 고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무투표 당선이 늘어나는 것은 지방 정치가 점점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방 선거일이 6월 3일이다. 아직 2주가 남았다. 내가 사는 지역의 후보가 누구인지, 공약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확인해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마무리하며
513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지방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국민의힘이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사라지고, 민주당이 강세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될수록 지역 정치는 점점 유권자와 멀어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정치개혁의 몫이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선거에서 관심을 갖고 투표장에 나가는 것이다.
무투표로 당선된 지역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그 자리에 대한 선택권을 잃었다. 하지만 경쟁이 있는 선거구의 유권자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6월 3일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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