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뉴스가 떠오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내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닿아있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주유소에 갔더니 달랐다. 리터당 가격이 석 달 새 400원 넘게 뛰어 있었다. 장바구니 물가도 올랐고, 난방비 고지서도 무거워졌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중동 전쟁이 이렇게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는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를 감행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섰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25%가 지나는 이 길목이 막히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수입물가는 3월 기준 전년 대비 16% 상승해 28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5월 14일, 결정적인 변수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유지와 이란 핵무기 보유 불허에 공식 합의했다는 백악관 발표가 나왔다.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에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것일까.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전쟁은 어떻게 시작됐고, 지금 어디까지 왔나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을 이해하려면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갈등의 뿌리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인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서 시작됐다. 2015년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이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로 한 다자 합의였는데, 트럼프가 이를 깨면서 이란은 핵 활동 제한을 차례로 풀어나갔다. 긴장은 극에 달했다.
2026년 2월, 임계점이 터졌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가 개시됐다.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지도부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이란 수뇌부는 사실상 궤멸됐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가 막힌 것이다.
이후 미국과 이란은 불완전한 휴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간헐적인 군사 충돌은 계속됐고, 이란은 4월 말 파키스탄을 통해 14개 항목의 종전·핵 협상안을 미국에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일부를 제3국에 이전하는 방안은 제시했지만 핵시설 해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트럼프는 이를 '수용 불가'라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5월 10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우리는 2주 더 이란에 들어가서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발언했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우라늄이 제거되지 않으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5월 4일에는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갇힌 민간 선박들을 해군 함정이 호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했다. 완전한 종전보다는 해협의 부분적 기능 회복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미중 정상회담 합의, 진짜 게임체인저인가
5월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결과가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에서 가장 뜨거운 변수로 떠올랐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의 자유로운 공급을 위해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의 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를 더 많이 구입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 합의가 왜 중요하냐면, 중국이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원유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협상 압박을 가한다면 이란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이란 영향력 행사를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것이 단기간에 종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건 성급하다.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느냐의 문제가 있고, 이란 핵 우라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간격은 여전히 크다. 협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란에 압박을 넣더라도 이란이 핵시설 해체까지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주한 이란 대사가 직접 말한 것들
경향신문이 5월 5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와 단독 인터뷰한 내용은 이란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쿠제치 대사는 "트럼프가 지금 가장 힘들어하고 압박을 받는 것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 상황에 가하는 여파로 비판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 늪에 빠져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그것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스스로 호르무즈 통제권을 핵심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어떤 선박이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려면 무조건 이란과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란이 해협 통제를 종전 협상의 최후 지렛대로 쥐고 있는 한, 미중이 원칙적 합의를 했더라도 실질적인 해협 개방으로 이어지려면 이란과의 직접 협상이 불가피하다.

종전 가능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보자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시나리오 1: 단기 종전(3~6개월 내)
미중 합의를 계기로 중국이 이란에 실질적 압박을 가하고,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제3국에 이전하는 절충안에 트럼프가 동의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경우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미국 내 경제 부담과 전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증가하는 전쟁 비용에 대해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도 트럼프에게 부담이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수준으로 급락할 수 있다.
시나리오 2: 장기 불완전 휴전(현 상태 지속)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미국과 이란 모두 완전한 종전 조건에는 합의하지 못하면서 현재처럼 간헐적 충돌과 부분적 휴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부분적으로만 기능하고, 유가는 배럴당 90~100달러대를 오가는 불안정한 고유가 구간에 갇힌다. 한국 물가와 수입 비용에 지속적인 부담이 이어진다.
시나리오 3: 전쟁 재격화
트럼프가 실제로 2주 추가 공격을 감행하고 이란이 강경 대응하는 경우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완전 차단하면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13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무역 적자가 다시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위험이 있다.
유가가 내려가면 한국 생활에 뭐가 달라지나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이 실현되면 국내 생활에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변화가 유가다.
단기 종전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로 떨어지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00원 내외로 내려올 수 있다. 현재 2200원을 넘나드는 수준에서 500원 이상 내려가는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은 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장바구니 물가, 택배비, 대중교통 요금까지 연쇄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영향이 크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살린다. 글로벌 성장주와 기술주에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의 경우 수입 원가 부담이 줄어드는 화학, 항공, 물류 업종이 단기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정유 업종은 역마진 우려로 단기 주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환율도 움직인다. 유가 하락으로 달러 수요가 줄고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수입 물가가 이중으로 내려가는 효과가 기대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을 둘러싸고 두 가지 오해가 자주 등장한다.
첫째, "미중이 호르무즈 합의를 했으니 이제 곧 전쟁이 끝나겠네"라는 과도한 낙관이다. 미중 합의는 원칙적 선언이지 종전 협정이 아니다. 실질적인 호르무즈 개방과 종전을 위해서는 미국과 이란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이란이 핵시설 해체를 거부하고 트럼프가 이를 최우선 조건으로 고수하는 한 그 간격은 아직 크다. 주한 이란 대사의 발언에서도 보듯, 이란은 호르무즈를 쉽게 내줄 생각이 없다.
둘째, "전쟁이 끝나야만 유가가 내려간다"는 생각도 틀렸다. 종전 기대감만으로도 유가는 움직인다. 미중 합의 발표 직후 유가가 반응을 보인 것처럼, 협상 진전 신호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선제적으로 유가 하락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종전보다 수개월 먼저 유가가 내려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지금 미이란 전쟁 종전 전망은 희망과 불확실성이 뒤섞인 상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호르무즈 합의는 분명히 의미 있는 외교적 진전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종전을 위해서는 이란 핵 우라늄 문제라는 가장 어려운 고비가 아직 남아 있다.
가장 현실적인 전망은 이렇다. 완전한 종전은 단기간 내 어렵고, 불완전한 휴전과 외교적 줄다리기가 몇 개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에 유가는 여러 차례 오르내리는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가 민감 업종의 방향을 주시하면서 협상 진전 신호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기름값이 내려가는 날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지금 외교의 흐름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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